참호전 : 진흙으로 만든 무대

 ‘참호에서 보낸 1460’이란 책을 참조해 참호와 관련한 시리즈물을 작성할 예정입니다. 이번 글은 시리즈의 첫 번째 글로 참호에 대한 간단한 설명들을 사진과 함께 해볼까 합니다. 아무쪼록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참호전은 흔히 1914년 9월에 시작된 걸로 본다. 독일 제 7예비군단이 슈멩데담 고지에서 영국 제 1군단의 전진을 차단한 것이 바로 이때이다. 이곳에서의 교착 상태는 곧 전 전선으로 확산되었으며 양 측은 본격적인 참호와 요새 구축에 들어갔다. 참호전이 시작된 것이다.

 

< 뒤로 보이는 언덕이 슈멩데담 고지이다. >

 

 

 참호의 깊이는 통상 3미터 정도로 앞면은 흉벽, 그리고 뒷면은 배장이라 불렀다. 양면 모두는 강우나 토압, 포격으로 무너지지 않도록 보강물을 따로 설치되는 것이 보통이었으나 급하면 설치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보강물의 경우 모래주머니, 목재, 잔가지, 양철 슬레이트 등 다양했다. 돌은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운반하는 수고도 수고지만 다른 보강물에 비해 딱히 효과적인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바닥에는 깊은 참호에서 전방을 관측하거나 사격하는 용도로 이용된 디딤판과 걸핏하면 진창으로 변하는 참호 바닥에 깐 나무 건널판이 설치되었다.

 

< 참호 단면도 >

 


< 보강물, 디딤판, 나무 건널판까지 갖춘 참호의 모습 >

 


< 보강물, 디딤판만을 갖춘 참호의 모습 >

 

< 보강물조차 없는 참호의 모습 >

 참호는 길고 곧은 직선이 아니라 작은 단위로 분절되어 꼬여 있었다. 그리고 이 꼬인 앞쪽 부분은 흔히 ‘파이어베이’로, 뒤쪽 부분은 ‘트래버스’라고 불렸다. 이러한 형태를 모두가 따른 것은 아니었고 주로 독일군이 선호했으며 반면 프랑스는 지그재그형 참호를 선호했다.

 

 

< 지그재그형과 혼합된 형태 >

 

 참호 전방에는 참호와 연결된 소규모 진지가 구축되었는데 보통 적진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채집하는 용도로 이용되어 청음 초소로 불렸다. 이러한 청음 초소는 참호와 가까운 포탄 구멍에 자주 구축되었기에 양 측 모두 포탄 구멍을 장악해 각자의 참호선과 연결하기 위한 노력을 참호전 내내 하였다.

 

 

 참호는 보통 3중선으로 구축되었다. 이는 각각 교전참호, 지원 참호, 예비 참호로 구분되었으며 참호에는 대피호가 붙어 있기도 하였다. 그리고 각 참호선에는 병력의 안전한 이동을 위해 교통호가 지그재그 형태로 구축되어 있었다.

 

 

 대피호는 비바람이나 적이 포격으로부터 병사들의 안전을 제공해주는 은신처이자 굴이었다. 그러나 이는 보통 장교들의 차지였고 일반 병사들은 훨씬 조잡한 수단으로 버텨야만 했다. 방수천을 흉벽에서 배장까지 걸쳐 놓은 것이 그 예였다. 또는 참호 앞뒷면으로 구멍을 파기도 했다. 여기에 방수천을 깔고 웅크려 새우잠을 잤다. 이러한 ‘개인용 참호’는 특히 프랑스군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반면 영국과 독일군은 적어도 교리 상으로는 금지했다. 참호벽이 무너질 위험 때문이었다.

 

< 대피호의 입구 >

 


< 대피호 내부 >

 < '개인용 참호'의 모습 >

 

 최전방 참호에 구축된 대피호보다 후방의 대피호들은 더 깊고 상대적으로 안락한 경우가 많았다.

 

 전쟁이, 참호전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병사들이 참호에 머무는 시간은 늘어만 갔으며 이에 따라 참호는 곧 병사들의 일상이 되어갔다.

 

- 2편에서 계속 -

 

참호전 : 진흙으로 만든 무대

 ‘참호에서 보낸 1460’이란 책을 참조해 참호와 관련한 시리즈물을 작성할 예정입니다. 이번 글은 시리즈의 첫 번째 글로 참호에 대한 간단한 설명들을 사진과 함께 해볼까 합니다. 아무쪼록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참호전은 흔히 1914년 9월에 시작된 걸로 본다. 독일 제 7예비군단이 슈멩데담 고지에서 영국 제 1군단의 전진을 차단한 것이 바로 이때이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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