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계 별별 소송 비화 -1부-

#에티켓이 부족한 이반 캄포

개를 키우는 사람들은 두 가지 부류로 나뉩니다. 산책할 때 배변 봉투를 꼭 챙겨서 개가 싼 X을 처리하는 사람들. 반대로 공공의 규칙을 무시하는 사람들. 개가 어디서 뭘 싸든 상관하지 않고 뒤처리도 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이가 바득바득 갈립니다. 라면처럼 꼬불꼬불한 머리칼의 이반 캄포(은퇴)는 후자에 속합니다. 그가 볼턴 원더러스에서 뛰던 당시의 일이었습니다. 그는 맨체스터 근교에서 개를 산책시키면서 한 번도 ‘뒤처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로 인한 벌금도 내질 않았죠. 이같은 행위로 인해 맨체스터 시의 법적 제제가 가해졌습니다. 그제서야 캄포도 개를 산책시킬 때 배번 봉투를 챙겼다고 합니다.




#DC코믹스의 이불킥

오래전부터 발렌시아 지방에서는 박쥐 문양을 사용해 왔습니다. 1919년 발렌시아CF가 창단 될 때도 박쥐는 당연하게 클럽의 엠블럼이 됐죠. 모두들 발렌시아의 박쥐에 대해 고개를 끄덕였지만, 배트맨을 만든 DC코믹스는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그들은 2013년 새로 만들어진 발렌시아 엠블럼의 박쥐 문양이 배트맨 문양과 비슷하다고 주장했습니다. DC코믹스를 제외하고 발렌시아의 박쥐를 고담 시티의 배트맨과 헷갈려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 같은데 제 말이 틀린가요?

DC코믹스는 유럽상표청에 발렌시아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고 고소장을 통해 자신들이 박쥐가 날개를 활짝 편 이미지의 다양한 형태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가지고 있는데, 발렌시아가 이 이미지를 무단 도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박쥐에 대한 역사는 발렌시아 FC가 DC코믹스보다 길기 때문에 이 소송은 수포로 돌아갑니다. 실제로 발렌시아 FC가 창단된 것은 지난 1919년으로 발렌시아 FC는 이때부터 박쥐를 로고로 사용해 왔습니다. 반면 ‘배트맨’이 등장한 것은 1940년으로 발렌시아 FC가 배트맨 보다 21년 더 빠르게 박쥐와 인연을 맺은 셈이죠.(발렌시아 주는 1238년부터 박쥐를 휘장에 달았다고 함.)


#낙서 한 장에 5억 5000만원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앞두고 마리오 자갈로 감독이 이끄는 브라질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는 호마리우가 포함되지 못했습니다. 이에 대해 호마리우는 지질한 복수를 감행했습니다. 그가 운영하던 리우데자네이루의 음식점 ‘카페 도 골’ 화장실 문에 그림을 그린 것 이죠. 자갈로 감독이 변기에 앉아 있고 그 옆에 지쿠가 두루마리 휴지를 들고 서 있는 그림이었습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전해들은 자갈로 감독은 소송을 걸어 3만 5000달러(한화로 약 4400만원)의 보상금을 받았지만 이후 "충분치 않다!"면서 재소송을 제기한 끝에 5년 후인 2003년 4월 리우데자네이루 지방법원의 최종 판결에 따라 44만 2000달러(한화로 약 5억 5000만원)을 호마리우로부터 받아냈습니다.

이 사실을 알고 분개한 지쿠 역시 가만있지 않았습니다. 호마리우 상대로 소송을 걸었고 브라질 법정은 2005년 3월 9일 호마리우에게 2만 3천달러(한화로 약 2천 3백만원)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물론 화장실 문도 뜯겨 나갔다네요.

호마리우의 '예술혼' 덕분에 피해를 입은 사람이 또 있습니다. 그 주인공은 한때 브라질 대표팀에서 호마리우와 투톱을 이루기도 했던 에드문두인데요.

호마리우는 거칠고 괴팍하기로 이름높던 에드문두와 그의 동거녀가 바람빠진 축구공 위에 앉아 있는 그림을 그려 동료들에게 보여주었고 이내 에드문드의 분노를 샀다고 합니다. 호마리우 이 인간, 괴짜 중 괴짜가 틀림없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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