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에 대하여 생각해보기

지지난주 한국을 떠들석하게 했던 사건이 하나있었다.


웃찾사 개그우먼 홍현희의 흑인분장한 모습이 흑인을 비하한 것이라며 네티즌들로부터 질타를 받은 것이었다. 나는 이 사건을 보고 정말로 이해가 안갔다. 어떻게 그걸 흑인비하로 몰고갈 수 있는지 의아했다.


흑인이 꺼매서 검다고 표현했을 뿐이다.


홍현희씨의 분장에 대해 흑인비하라고 질타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희화화라는 단어를 내세웠다. 난 그들이 애먼 사람을 마녀사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홍현희씨는 흑인을 희화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장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개그 캐릭터를 위한 분장과 희화화를 목적으로 한 분장은 엄연히 다르다.

인종차별을 목적으로 하는 희화화는 이를테면 백인들이 손으로 눈을 찢으면서 사진을 찍는 행태를 인종차별을 목적으로 하는 희화화라고 하는 것이다. 즉 홍현희씨의 흑인분장을 흑인비하로 확대해석하는 사람들은 핀트를 잘못 짚어도 제대로 잘못 짚은 거라 할 수 있겠다. 홍현희씨 입장에서는 너무나 억울할 것이다.


홍현희씨의 분장이 흑인비하로 이어지는 거라면 애초에 예술은 오늘날과 같이 발전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홍현희씨를 질타하는 사람들의 논리라면 우리나라 고유의 개그 캐릭터인 영구와 맹구는 머리 나쁜 사람들을 희화화한 것이 되고 90년대 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봉원의 시커먼스 또한 흑인비하란 말이 된다.


같은 논리로써 2006년도 개그콘서트의 인기코너 마빡이 또한 자해하는 사람들을 희화화하는 것이 된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영구도 맹구도 시커먼스도 마빡이도, 특정 대상들을 희화화하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단지 코너의 재미를 가중시키기 위한 극중 캐릭터에 불과할 뿐이다.


내가 예전에 즐겨보던 프로그램이 하나 있었다. 바로 JTBC의 비정상회담이란 프로그램이다. 그 프로그램엔 다니엘 린데만이라는 독일인이 나왔다. 그는 독일의 시골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당시 다니엘은 교회로 봉사활동을 자주 다녔다고 하는데 어느날 교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깜짝 놀랐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교회 입구에 장애인들의 우스꽝스러운 사진들이 붙여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윽고 다니엘은 그 사진들이 장애인들을 차별하기 위한 사진들이 아니라 장애인들을 우리와 똑같은 하나의 인간으로서 대하는 사진들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다니엘은 비정상회담에서 이렇게 말한다. 장애인들을 보호해야할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똑같은 사람으로서 대해야 한다고 말이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어울리는 것이야 말로 그들을 진정으로 대하는 올바른 자세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홍현희씨의 분장을 흑인비하라고 질타하면서 깎아내리는 사람들이야 말로 인종차별을 부추기는 꼴인 것이다. 차별없는 세상을 원한다면 서로의 다름을 쉬쉬해서는 안된다.


흑인비하 논란이 터진 뒤 방송인 샘 해밍턴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를 질타한는 글을 남겼다. 이후 개그맨 황현희가 샘 해밍턴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는 글을 페이스 북에 올리면서 이 사건은 인터넷에서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이후 비난의 화살은 개그맨 황현희에게로 쏠리게 되었다.


홍현희와 황현희를 욕하는 네티즌들에게 묻고싶다. 드라마, 영화, 책, 개그등 문화계의 여러 방면에서 장애인이 등장하는데 왜 그건 질타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의 장애인들은 100% 멀쩡한 사람이 연기함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에 대해선 하나도 질타를 안하면서 개그우먼이 흑인흉내를 내는 것은 질타를 해댄다.


당연히 문화계 여러 방면에서 등장하는 장애인들 가지고 장애인 비하로 연결지으며 욕할 수는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우리 사회 속에 염연히 존재하는 하나의 인간이니까 말이다.


차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차별은 정당화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대한민국 사회는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차별은 안된단다. 이건 앞뒤가 안맞는 모순이다.


샘 해밍턴은, 만약에 제가 한국인들을 흉내내려고 분장했으면 문제 아니라고 생각할까요, 란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전혀 문제될 것 없다. 인종차별을 목적으로 분장한 게 아니라 개그 소재로서 황인종 분장을 선택한 것이라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이게 나의 대답이다.


그렇게 생겨서 그렇게 따라했을 뿐인데 그게 무엇이 잘못된 거냔 말이다.


아동극에서 동물 분장하는 사람들은 그럼 동물을 비하하는 것이냔 말이다.


대한민국 사회는 보수적이고 답답하고 틀에 박혀사는 사람들이 천지인 것 같다.


개그맨 이수근이 방송에 나와서 중국말 흉내내는 것은 그럼 중국인 비하인 거냔 말이다. 연예인들 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 조차도 태국인 흉내내는 거 보면 죄다 '싸와디 깝~' 이런다. 이건 태국인 비하인 거냔 말이다. 드라마에서 흔히 등장하는 달동네는 가난한 사람들을 비하하는 목적이냔 말이다.


2000년대 초반 폭소클럽이란 개그 프로그램에 나온 블랑카를 기억할 것이다. 블랑카 캐릭터에 웃고 떠들었던 자신들을 되돌아보길 바란다. 흑인비하라며 질타하는 그들 논리론 악덕 사장들에 의해 피해받는 외국인 노동자를 풍자한 블랑카조차 외국인 노동자 비하로써 질타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당장이라도 이민가버리고 싶을 만큼의 대한민국 국민성에 다시한번 혀를 내두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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