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의 위대한 문화유산, 백제금동대향로 -3부-

<백제금동대향로>


백제금동대향로를 세부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봉황

수컷은 봉(鳳), 암컷은 황(凰)이라고 하는데, 성인(聖人)의 탄생에 맞추어 세상에 나타나는 새로 알려져 있습니다. 봉황은 사이 좋게 오동나무에 살면서 예천(醴川: 중국에서 태평할 때에 단물이 솟는다고 하는 샘)을 마시고 대나무 열매를 먹는다고 합니다, 다섯 색[五色]의 묘음(妙音: 매우 아름답고 훌륭한 소리나 음악)을 내며, 뭇 새의 왕으로서 귀하게 여기는 영조(靈鳥)입니다. 그래서 중국에선 봉황을 천자(天子)를 미화하는 상서로운 상징으로 여겼습니다. 백제금동대향로의 봉황은 비상하려는 듯 활짝 펼친 날개와 긴 꼬리, 벼슬, 부리, 깃털 등이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으며 난형(卵形: 달걀 모향)의 물체를 딛고 서 있습니다. 또 턱 아래에는 작은 여의주를 끼고 있으며, 이 여의주 바로 아래쪽에 2개의 향연기[香煙] 구멍이 가로로 나란히 뚫려 있습니다.


<지난 1971년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환두대도. 무령왕의 허리춤에서 발굴돼 백제 역사상 그 주인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칼로, 환두대도 중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환두대도 손잡이는 금실과 은실이 차례로 감겨있고, 양쪽 끝은 봉황이 새겨진 문양이 장식돼 있다. 고리 부분은 왕을 상징하는 용이 휘감고 있다.>


이러한 봉황은 주로 백제시대의 환두대도(環頭大刀) 손잡이 장식 등에 표현되며 무령왕릉 왕비 베개[頭枕]나, 부여 외리 출토 문양전(文樣塼) 등 다양한 유물에 묘사되어 있습니다.


봉황은 반구형의 물체 위에 앉아 있으며, 깃털ㆍ벼슬ㆍ부리ㆍ날개ㆍ꼬리 그리고 발가락까지 자세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날개와 꼬리를 거의 약 50도 가량 펼쳐 올린 것은 대좌의 용처럼 막 비상하려는 동작이라고 봅니다. 이 향로의 봉황은 날개와 꼬리를 아래쪽에 있는 용과 같이 연화당초문(蓮華唐草文) 형태로 나타냈으며 그 내부에도 세밀하게 직선 또는 약간 구부러진 선을 새겨 넣었는데 역시 용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용과 봉황은 상호대칭ㆍ대비를 이루며 향로에 등장된 것이므로 많은 공통점을 지닌 것입니다.


봉황의 부리 밑에 있는 둥근 구슬모양은 용을 비롯한 기타 신수(神獸)의 지물로 주로 입 언저리에 나타내던 여의주입니다. 이 행로에서의 여의주는 봉황의 머리가 파손됨도 방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여의주는 반드시 둥근 구슬모양으로만 나타내지 않습니다. 연꽃, 화염문, 보주문 등으로 표현되는데 이들은 모두 신비의 기운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문양적으로도 상징적으로도 동격ㆍ화생ㆍ호환을 이룹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볼 때 이 향로 봉황의 여의주는 이 향로의 용의 꼬리 쪽에 배치된 작은 연화와도 동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조

백제금동대향로 뚜껑의 봉황 바로 아래에는 다섯 마리의 새가 각기 다른 모습으로 산봉우리에 앉아 있습니다. 다섯 마리의 새는 막 비상하려는 듯 날개를 활짝 펴고 머리를 하늘로 쭉 뻗은 모습, 날개를 수평으로 편 채 머리를 가슴에 묻은 모습, 날개를 아래로 늘어뜨리고 고개를 오른쪽으로 향한 모습, 날개를 반쯤 접고 고개를 왼쪽으로 향한 모습, 날개를 완전히 접고 고개를 왼쪽으로 향한 모습 등 마치 날아가는 모습을 연속동작으로 묘사한 듯합니다.


이 다섯 마리의 새는 봉래산(蓬萊山) 남(南)에 있는 새 이름을 들어 원앙(鴛鴦)으로 보기도 하며, 백성의 상징을 기러기라고 묘사한 『삼국사기』 「백제본기」 ‘온조왕 43년’조(條) 기사를 들어 기러기로 보기도 합니다. 이러한 다섯 마리의 새는 중국 전한 무덤 중 천상(天上)을 표현하였다고 보는 마왕퇴(馬王堆) 출토 “T”자 그림 상부에도 천제(天帝)의 좌우에 묘사되어 있어 천상 세계와 관계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마왕퇴1호T형백화>


5명의 악사와 5개의 봉우리와 같은 숫자인 5마리의 새는 5봉우리의 상단마다 1마리씩 앉아 있는데 얼굴을 들어 정상에 있는 봉황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표현된 5마리의 새는 호남성(湖南省) 장사시(長沙市) 마왕총(馬王塚) 1호분에서 출토된 승선도(昇仙圖)의 상부에 목을 길게 올려 상부를 바라보는 5마리의 새에서 그 원류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날개를 접고 고개를 옆으로 돌려 상부의 봉황을 응시한 측면관(側面觀)의 모습인 반면 그 가운데 유독 1마리의 새만은 고개를 위로 쳐들어 봉황의 뒤쪽을 올려보는 후면관(後面觀)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즉 이 새가 바라보는 시선이 바로 봉황의 후면에 해당되도록 구성하였고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후면으로 배치한 것입니다.


사람

백제금동대향로의 뚜껑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12명입니다. 이 중 기마인물 2명을 제외하면 모두 10명의 사람들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는데, 위쪽 봉우리부터 제일 아래쪽 봉우리까지 골고루 표현되어 있으며, 정면으로 향한 봉황을 중심으로 그 좌우에 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향로에 표현된 10명의 사람들은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으나 옷 차림새나 표현 등이 신선들이 사는 선계(仙界)의 선인(仙人)들을 묘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은 웃옷이 발아래 까지 내려오는 도포(道袍)를 입고 있으며, 허리에 띠를 두른 사람들도 있습니다. 또한 폭포 아래에서 머리 감는 사람을 제외하면 모두 민머리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바위에 앉아 호수에 낚싯대를 드리운 사람이나 바위 위에 앉아 명상하는 사람, 봇짐을 지고 코끼리 등을 타고 가는 사람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서 있는 모습입니다. 서 있는 사람들은 막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온 듯이 옷자락이 날개모양인 사람이 있기도 하고, 이름 모를 풀을 뽑거나 손질하는 등 자연물과 일체가 된 사람도 있으며, 지팡이를 짚고 산책하는 것 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이 중 사람과 함께 등장하는 코끼리는 당시 백제에 실존하지 않는 동물이며, 중국에서도 당(唐)의 건릉(乾陵) 그림벽돌(畵像塼)이나 중국 석굴사원에 표현된 보현보살(普賢菩薩)의 아래 등 일부 예에서만 보이고 있어 진귀한 동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백제금동대향로에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드라마틱한 장면이 많이 연출되었는데, 이는 봉황과 오조, 신선들의 형태와 배치가 어우러져 나타난 결과입니다. 즉, 향로의 뚜껑에 나타난 인물들도 의미 없이 배치된 것이 아니라 다른 동물이나 배경과 장면을 이루도록 의도적으로 배치되었으며 향로의 곳곳에 등장하는 다양한 형태의 인물상과 동물들은 거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진행되는 고대 스토리 전개의 구성원리를 따르고 있습니다. 유일하게 후면관(後面觀)을 하고 있는 새의 아래 부분에 기마인물상과 함께 유일하게 포수(鋪首)라고 불리는 문양이 새겨져 있는 점이 주목할만합니다. 그 반대편에는 완함을 연주하는 주악상을 중심으로 낚시하는 신선이 장식되어 있는 방향이 처음부터 정면을 이루도록 구성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백제금동대향로는 중국 한대 이후의 박산향로의 전통과 도상을 계승하면서도 오랜 시차에 따른 시대적인 변화와 백제적인 요소가 가미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향로의 뚜껑에 표현된 신선의 세계는 전대에 비해 훨씬 크고 웅장하며 보다 드라마틱한 구성으로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가 가미되었고 선인(仙人)의 형상도 훨씬 인격화된 수행자(修行者) 또는 도사(道士)의 존재로 표현되었습니다. 여기에 나타난 신선들은 향로에 나타난 기금(奇禽)들과 함께 도교적인 요소를 나타내고 있으며 이는 불교적인 요소와 결합되어 독특하고 우수한 백제화된 박산향로를 탄생시키는 배경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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