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의 위대한 문화유산, 백제금동대향로 -5부-
- 역사
- 2017. 8. 16. 13:14
<백제금동대향로>
호랑이
호랑이는 백제금동대향로에 등장하는 여러 기금괴수(寄禽怪獸)들 중 실재(實在)하는 동물 중 하나입니다. 백제금동대향로의 뚜껑에는 아래쪽에 두 마리, 위쪽에 한 마리 등 모두 3 마리의 호랑이가 표현되어 있습니다. 세 마리 모두 꼬리가 굵고 길며, 움직임의 묘사가 역동적입니다. 특히 뚜껑 아래쪽에 있는 한 마리는 달려가는 것 같은 역동적인 표현과 함께, 입을 벌리고 맹수(猛獸)처럼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박산향로의 박산이 해중의 별천지(지구 밖 세계)ㆍ선도(仙島: 신선이 사는 섬)ㆍ이상향이라는 점에서 보면 향로에 나타난 동물들이 대부분 상서롭고 길상적인(운이 좋거나 복되고 좋은 일이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호랑이는 동물 중에서도 사신(四神)의 하나일 뿐아니라 백수(百獸)의 왕으로 강한 동물을 의미합니다.
우리에게 낯익은 호랑이는 역시 고구려 고분벽화에 나타나는 사신도일 것입니다. 이렇게 고분 속에 그려지는 벽화는 비단 고구려뿐만 아니라 백제에서도 보이고 있는데, 공주 송산리의 전실분이나 부여의 능산리에 있는 석실분 등에는 본래의 모습을 많이 잃었으나 그 흔적이 지금까지 남아 있습니다. 호랑이는 단군신화에서 이미 곰과 함께 존재가 나타나고 있으며, 한반도의 곳곳에 호랑이에 관한 이야기가 무수히 전하고 있습니다.
뱀을 물고있는 짐승
이빨을 드러낸 큰 입에 뱀을 물고 있는 짐승으로 얼굴은 귀면(鬼面)에 가까우나 호랑이로 보기도 합니다. 이 짐승은 신체가 생략된 체로 이빨을 드러낸 큰 입에 한 마리의 뱀을 물고 있으므로 더욱 괴이한 것으로 느껴지게 됩니다. 이 짐승은 백제금동대향로의 뚜껑 상부에 위치하며 정면을 바라보는 형상입니다.
뱀을 입에 물고 있는 짐승으로는 『산해경(山海經』「서산경(西山經)」에 나오는 천구(天狗)가 있습니다. 천구는 너구리와 비슷하게 생겼고 머리가 희며, 흉한 일을 막아준다고 합니다. 중국 한대(漢代)의 무덤인 기남화성석묘(沂南畵像石墓)의 이맛돌에 이와 유사한 그림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것은 백제금동대향로의 제작과 관련된 사상적 배경에 중국 고대 신화의 세계가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멧돼지
돼지는 체질이 아주 강건하고 어떤 기후나 풍토에도 잘 적응하여 일찍부터 식용의 가축(家畜)으로 사육한 짐승입니다. 백제금동대향로에는 투구[胄]와 갑옷[甲]으로 무장하고 말을 달리는 기마인물(騎馬人物)의 오른쪽 위에 표현되어 있습니다. 산봉우리 사이로 상반신만 내밀고 있어 기마인물의 사냥감이 되지 않기 위해 숨어있는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코와 입의 생김새로 보아 돼지보다는 야생의 멧돼지에 가깝습니다.
사슴
백제금동대향로 뚜껑 상부에 위치하는 동물로 꼬리가 짧고 다리는 긴 편입니다.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 모습으로 머리 위는 깃털을 꽂아 놓은 것 같은 갈기가 표현되어 있습니다. 사슴이 신성한 동물로 여겨져 온 것은 북방계의 한 요소로 생각됩니다.
마상동물(未詳動物) 1
백제금동대향로 뚜껑의 중간부에 위치한 미상동물입니다. 이 동물의 치켜든 한쪽 발에는 화염보주(火焰寶珠: 지붕마루나 탑머리 따위에 놓는 불길 모양의 장식물)가 들려있습니다. 머리카락은 물결치듯 위로 치솟아 있고 꼬리는 끝에서 양갈래로 갈라져 고사리무늬처럼 말려 있습니다.
발에 들고 있는 화염보주는 고구려 벽화고분인 안악 3호분 서벽에 그려진 무덤 주인공이 손에 들고 있는 부채[扇]와 비슷한 모양입니다.
<악안 3호분 주인의 초상화>
이 부채의 중앙에는 머리에 뿔이 있고, 입을 크게 벌린 얼굴 가장 자리에 갈기를 표현한 괴수(怪獸)가 그려져 있는데, 백제금동대향로의 미상동물은 이 짐승을 표현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미상동물(未詳動物) 2
백제금동대향로 뚜껑의 중간부분에 있는 짐승입니다. 입을 벌리고 혓바닥을 길게 내밀고 있으며, 아래 송곳니가 뾰족하게 돌출되어 있습니다. 머리 위에는 “V”자 모양의 갈기가 표현되어 있고, 얼굴은 귀면(鬼面)처럼 무서운 형상입니다. 뒤를 향해 활을 쏘는 기마인물(騎馬人物)의 오른쪽에 상반신만을 내밀고 있어 기마인물의 사냥감으로 생각됩니다. 따라서 이 짐승은 야생(野生)의 어떤 짐승을 표현한 것으로 보이나 정확한 명칭은 알 수 없습니다.
미상동물(未詳動物) 3
꼬리가 짧은 네발짐승으로 백제금동대향로 뚜껑의 중간부분에 두 마리, 아래 부분에 한 미리가 표현되어 있습니다. 특히 뚜껑 중간부분에 표현되어 있는 두 마리는 산봉우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으나 바위 위에서 오른쪽 앞발을 치켜들고 뒤를 바로 보는 모습이 거의 똑같습니다. 역동적(力動的)으로 표현된 호랑이와는 달리 한발을 치켜들고 뒤를 바라보거나 앞을 보고 걸어가는 귀여운 모습으로 몸의 형태나 동작 등이 개를 표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개는 고구려 고분벽화인 무용총(舞踊塚)이나 각저총(角抵塚) 등에서 죽은 자의 혼령을 지키는 매개물로 등장합니다.
<무용총 하단부에 그려져 있는 개의 모습>
<각저총에 그려져 있는 개의 모습>
미상동물(未詳動物) 4
백제금동대향로 뚜껑에 표현되어 있는 이 동물은 몸통이 긴 편이며, 네 발이 표현되어 있고, 특이하게 꼬리가 2개 표현되어 있습니다. 꼬리 중 하나는 둥글고 끝으로 갈수록 점점 가늘어지며, 다른 하나는 물개 등 수중생활을 하는 파충류(爬蟲類)의 꼬리지느러미와 비슷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다리가 굵고 긴 점이나 발톱의 표현 등은 호랑이와 비슷합니다. 『산해경(山海經)』에는 이 짐승과 같은 형태의 꼬리가 여럿 달린 짐승들이 소개되어 있기는 하나, 이 짐승처럼 서로 다른 형태의 꼬리가 달려 있는 것은 없습니다. 긴 꼬리나 꼬리지느러미, 긴 몸통 등으로 보아 수중생활과 관련된 짐승의 표현으로 보입니다.
미상동물(未詳動物) 5
뱀을 입에 물고 있는 짐승의 아래쪽 봉우리에 위치한 짐승으로 세 발로 앉아 있는 모습이며, 긴 꼬리는 그 끝이 꼬부라져 있습니다. 입은 뾰족하며 머리 뒤쪽 위에는 귀가 표현되어 있습니다. 귀 아래로는 사선문(斜線文)이 갈기처럼 표현되었는데 이는 머리 뒤쪽의 털을 표현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전체적인 모습이 다람쥐 같은 설치류(齧齒類)나 고양이를 닮아 있으나 정확한 명칭은 알 수 없습니다.
독수리
백제금동대향로의 뚜껑 정상 부분 조금 아래에 위치한 두 마리의 독수리입니다. 이들 독수리는 모두 큰 날개에 꼬리가 짧으며, 머리에는 벼슬이 있고, 다리는 짧고 굵으며, 발가락이 날카롭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한 마리는 완함 주악상 오른쪽에 있는 새의 아래에 있으며, 새를 물고 있는 듯 날개와 꼬리부분이 입 밖으로 나와 있습니다. 다른 한 마리는 배소 주악상의 왼쪽에 있는 새의 아래에 있으며, 매듭으로 묶인 비단 같은 천을 입에 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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